잠 자는 백양나무 거북등을 열고/ 내 꿈을 밀어 넣는다/ 저 백양나무 구름을 뚫으면/ 내 꿈은 수틀에 십자수를 놓는 새가 되겠구나// 단물이 흐르는 아릿한 봄볕의 환상/ 데굴 구르는 햇살의 발목을 잡는다/ 아직 불 켜지 않은 백열 전구가 흔들거리며‥/ 키득키득 입을 막는다/ 늪가 가시연꽃 손목에 솟는 꽃대처럼 내 꿈은/ 백양나무 껍질을 열지만/ 견고하다 구름은 아직// 내 꿈은 이제 백양나무 거북등 껍질을 여는 것
『백양나무 껍질을 열다』(2006, 작가콜로퀴엄)
시는 삶과 유리되지 않는 절실한 그 무엇이다. 관념의 덩어리가 아니라 철저히 내면화된 표현이다. 말의 손오공게임 유사성을 통해 행간을 직조해 나가는 시는, 발견의 기쁨을 준다. 평이한 인식을 버리고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가질 때, 시는 빛난다. 시는 넘어지거나 실패한 자에게, 언제나 따뜻한 위로가 된다. 잘 써야지, 멋진 작품을 남겨야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때, 슬몃, 시는 다가온다.
그녀의 "꿈"은 풍경과 대상 사이에서 식물적 이미지로 교직 릴게임몰메가 된다. 나름 오랫동안 시어의 기술을 다듬은 흔적이 깊다. "백양나무 구름을 뚫"은 그녀의 시는, "십자수를 놓는 새가" 된다. 내면의 계단을 밟고 내려간 그녀의 시는, 전혀 다른 "봄볕의 환상"과 만난다. 서정시의 중요한 지점을 유가형(1946~, 경남 거창 출생)은, 동일성의 시학으로 울림을 주고 있다. 초기 그녀의 시가 그렇듯, 고향 혹은 모성을 바탕으 바다이야기슬롯 로 한 여성성에 초점을 둔다.
어떤 구체적 지향점을 향한 시의 주제가 아니라, 일상을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이 행간을 긴장시킨다. 백양나무 "껍질을 여는" 행위는 근대 여성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의 욕망이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여전히 "견고하다". 붉은 수수밭 사이로 허리 접힌 어머니의 일생이 그랬듯, 그녀 삶 역시 층층시하(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層侍下)에서 견뎌야 하는 답답한 한계를 느낀다.
어쩌면 그곳은, "거북등"처럼 너무 두터워 아무리 "꿈을 밀어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딴곳인지도 모른다. 하여 그녀는 "햇살 발목을 잡"고 "백열 전구가 흔들거리"는 막힌 공간에서, 혼자 "키득키득 입을 막"고 웃는다. 그곳은 "가시연꽃 손목에 솟는 꽃대처럼" 곱게 피어나지만, 그녀의 오리지널골드몽 꿈은 여전히 기억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녀의 시 「유리병 속에 들어간 새」가 잘 증거하듯, 토해낼 말은 산더미 같지만, 삭힐 수밖에 없는 여인의 한(恨)스런 절규가 애조를 띤다.
언제나 유가형의 고백은 절박하다. "시 한 편을 쓰고 나면 후련하다.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든데 오랜 세월 목에 걸려있던 가시 하나가 쑥 빠져나간 느낌이다." 이런 시적 성찰과 치유는 그녀 서정의 묘처이다. 좋은 서정시가 그렇듯, 기억과 추억의 방식은 동일성에 이르러 완성된다. 고뇌와 탁마를 통해, 과감히 인식의 틀을 벗고 뛰쳐나갈 때 명시가 탄생 한다.
김동원 (시인·평론가)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