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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성폭행 미수 사건을 겪었다.
언론사에 갓 입사해 경찰서 출입 수습 기자를 할 때였다. 당시 수습 기자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담당 경찰서들을 계속 드나들며 접수된 사건사고를 회사에 보고해야 했다. 수면은 마지막 보고를 마친 경찰서 기자실에서 4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는 걸로 해결했다. 기자실엔 수습 기자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침상과 이불이 마련돼 있었다.
경찰서 기자실에서 성폭행 미수 피해
수습 기간이 거의 끝나가던 즈음, 새벽 2시 보고를 마치고 잠을 청하러 경찰서 기자실에 들렀을 때 운이 좋게도 기자들이 아무도 없었다. 기자들이 없다는 건, 코 고는황금성게임종류
사람도 없고, 시끄럽게 전화 취재를 하는 사람도 없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이, 조용히 잘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는 뜻이었다. ‘이게 웬 행운인가!’ 하면서 바로 실신하듯 잠이 들었다.
1~2시간쯤 지났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이 떠졌다. 내 눈앞에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고 그는 나를 두고 끙끙대며 뭔가에 몰두하고 삼영엠텍 주식
있는 모습이었다. 워낙 비몽사몽인 상태여서 ‘대체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이며, 그는 누구인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야 했다. 몇 초가 흐른 뒤 이 남자가 나의 옷을 벗기고 있다는 걸 파악했고, 나는 비명을 질렀고, 그는 용수철처럼 튀어서 도망갔다.
나의 비명에 바로 옆 사무실에 있던 경찰들이 뛰어나왔고,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인터넷릴게임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서에서, 그것도 바로 옆 사무실에 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폭행 미수라니, 나만큼이나 경찰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징계 뒤따랐지만
사건은 순식간에 모든 언론사에 알려졌고, 언론사들의 질타 속에 경찰서는 즉각 수사팀을 조직했으며, 범인은 곧바로 잡혔다. 범코스닥외국인
인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이 경찰서에 의무경찰로 배속된 20살 청년이었다. 범인은 바로 구속됐고, 해당 경찰서장은 경찰청의 징계로 좌천됐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검거, 책임자에 대한 빠른 중징계 등은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누린 특혜였다고 생각한다. 심각한 성폭행을 겪고도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와 수사로 범인을 잡기는커녕 피해자에게 2릴게임오션
차 가해를 강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도 언론계와 경찰들 사이에선 ‘여기자가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여기자가 대체 어떻게 처신했길래, 20살짜리 의무경찰이 경찰서에서 성폭행할 생각을 하냐’며 나의 신상털기가 이뤄졌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시대여서 나는 부모님에게 이 사건이 알려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무척 다행으로 여겼다.
가해자 형편·보복 언급하며 ‘소취하’ 조언들
범인의 부모는 나의 회사를 여러 번 찾아와 나의 상사를 붙들고 애원했다. 그들은 “모든 게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부모 탓”이라며 “제발 아들이 전과자가 되지 않도록 여기자가 고소를 취하하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마음이 약해진 나의 상사는 나에게 “그 집안 형편도 어려운 거 같은데, 젊은 청년에게 한 번 더 인생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용서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한번은 일면식도 없는 다른 언론사의 원로 여기자가 나를 위로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그녀는 사회부에서 잔뼈가 굵은 여기자였는데, 자신이 기자로 겪은 많은 성차별 일화를 들려주며 비싼 밥을 사줬다. 하지만 헤어질 즈음 그녀는 나에게 “앞길이 창창한 20살짜리를 감옥에 보내면 너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냐? 걔가 감옥에서 앙심을 품고 나와서 너에게 복수할까봐 걱정된다”며 고소 취하를 조언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하고는 경찰서라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성폭력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세상 그 어느 곳도 믿을 수 없다는 무서움에 시달렸다. 이후엔 기자 생활을 하는 내내 ‘성폭력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 같은 불안과 수치심이 몰려왔다. 그다음은 주변 사람들이 조언이라고 건네는 이런 말들이 공포감을 조성했다.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 가난한 가해자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면 내가 비정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드는 말은, 나를 생각해서 건넨 말들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협박이나 겁박처럼 들렸다.
나를 ‘상처받은 치유자’로 키운 진짜 위로
나는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이 모든 감정을 털어놓았다. 남자친구는 조용히 다 들은 뒤 말했다.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가 어떻게 하든 그게 가장 좋은 결론일 거야. 너가 이런 일을 겪어서 마음이 너무나 아프지만, 내가 아는 너는, 이 일을 겪었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고,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걸 느낄 수 있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하게 되는, 정말 좋은 기자가 될 거 같아. 나는 그렇게 믿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소용돌이치던 모든 감정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를 압도하던 공포와 수치심, 불안이 내가 세상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자원이자 동력으로 서서히 바뀌는 걸 느꼈다. 그 뒤 나는 내가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했고, 이후 여성문제 담당 기자를 자원해 원 없이 기사도 쓰고 여성단체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로고테라피’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창시한 심리치료법이다. 인간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의 의미를 찾게 될 때 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원리에 기반한 치유 방식이다. 이에 따라 로고테라피는 내담자가 가져온 고통에서 살아갈 희망과 소명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고통 속에서 소명을 찾은 사람들은 ‘운디드 힐러’(상처받은 치유자)로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상처받은 자가 그 상처에 대해서 가장 훌륭한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그리하여 비슷한 상처를 겪는 다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치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5·18 유가족들, 이태원 유가족을 돕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두 ‘운디드 힐러’들이다.
20대의 내 남자친구는 ‘로고테라피’도 ‘운디드 힐러’도 몰랐지만 내가 고통 속에서 빛을 발견하도록 돕는 진짜 위로를 했다. 당시 남자친구의 위로를 들으며 “내가 만약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이 사람과 하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그와 5년 뒤 결혼하게 된 사연이다.

#김이후의 정확한 위로는?

필자는 언론사에서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한 뒤 지금은 프리랜서로 글을 쓰며 먹고 삽니다. 현재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찾아와서 고민을 얘기하면 ‘정확한 위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인터넷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코너에서 더 많은 ‘정확한 위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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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의 정확한 위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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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 afterthislif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