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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 외쳤더니 외친 사람을 잡아넣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번 주 주간뉴스타파는 청부민원 사건 관련 경찰의 무혐의 처분, 그리고 공익신고자는 검찰에 송치한 경찰 수사의 전말을 김준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노조 노조지부장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사주된 민원이라도 동조했으면 진짜 민원”이라는 경찰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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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양천서 지능범죄수사2팀이 작성한 수사결과 통지서 3건을 확보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고발에 대한 경찰의 판단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양천경찰서가 고발인들에게 보낸 수사결과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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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공익신고자 색출 시도’에 대해서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정작 본질인 청부 민원 의혹은 전면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수사결과 통지서에 나오는 불송치 사유를 요약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주된 민원이라 하더라도 민원인이 의견에 동조했으면 진정한 민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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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민원은 진정한 민원이므로, 청부 민원과 방송심의 간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
“류희림은 당사자가 아니므로 회피 의무가 없다”
“뉴스타파 보도는 오보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원을 사주해도 문제 없다”
김준희 지부장은 경찰의 이같은 결론에 “경찰이 청부민원 무혐의 처분에 대한 욕을 덜 먹기 위해 산성피앤씨 주식
머리를 굴린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체 민원인 82명 중 청부 의심 민원인 77명인데 경찰은 조사 안 했다
취재 결과, 경찰은 청부 의심 민원을 낸 주요 민원인들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유사도가 매우 높은 ‘복붙’ 민원을 낸 KBS 현직 기자 민원인 A씨는 민원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50만원재테크
”고 답했습니다. 또다른 복붙 민원인 B씨는 “방심위가 뭐냐”며 ‘’저는 바쁘기 때문에 그런 일 할 시간이 없습니다. 누군가 내 명의를 도용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다른 민원인 C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냐는 질의에 “감사원 조사는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당시 방심위에 접수된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 관련 민원 전수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민원인은 82명이고 이중 청부 의심 민원인은 77명으로 확인됩니다. ‘청부 의심 민원인’은 복붙 민원을 제출했거나, 복붙 민원은 아니지만 민원을 조직적으로 넣은 단체에 소속된 민원인들입니다. 나머지 5명은 국민의힘 당직자 1명과 종편을 대상으로 민원을 넣은 시민단체 활동가 2명, 그리고 복붙 민원이 아니면서 소속이 확인되지 않는 민원인 2명입니다.



방심위에 '김만배 녹취록' 관련 민원을 넣은 전체 민원인 82명 중 청부 의심 민원인은 77명으로 확인된다.


청부 의심 민원인 77명 가운데 취재로 신원이 파악된 사람은 59명입니다. 이 중 상당수가 류희림의 가족·친인척·전직 동료였습니다.
신원이 확인된 민원인은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먼저, 류희림의 가족과 친인척 6명, 경주엑스포 재직 시절 동료와 그들의 가족 7명, 친동생의 회사 직원 4명, 친동생의 지인 3명, 류희림의 대학 동문과 가족 2명 등 류희림과 사적으로 밀접한 그룹이 있습니다. 



청부 의심 민원인 중 류희림의 가족과 친인척 등 경북 지역 연고와 관련된 민원인들. 이들은 자신의 가족을 동원하기도 했다.


두 번째 그룹은 류희림의 언론 경력과 관련된 단체들의 그룹입니다. 류희림은 KBS와 YTN에서 기자 활동을 했고 미디어연대에서 대표를 맡았습니다. 류희림과 KBS 동기였던 김흥수 아나운서는 자신의 가족을 대거 동원했고, KBS의 전현직 기자들도 자사의 특정 프로그램을 상대로 복붙 민원을 집중적으로 넣었습니다. MBC제3노조 역시 마찬가집니다. 당시 오정환 노조위원장을 필두로 조합원들은 청부 의심 민원을 방심위에 냈습니다. 류희림의 전 직장인 YTN과 미디어연대, 그리고 언론기관을 향해 각종 고발을 담당했던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도 복붙 민원을 넣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모두 31명입니다.



청부 의심 민원인 가운데 류희림의 전 직장(미디어연대, KBS, YTN)과 언론인 경력, 관련 언론단체 소속 민원인들. 이들은 자신의 가족을 동원하기도 했다.


공익신고자의 “이 민원인들 꼭 조사해달라” 요청... 경찰은 묵살했다
수사권 없이 검색과 취재만으로 민원인 다수의 실체가 파악이 가능했습니다. 경찰은 민원인 명단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양천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탁동삼 방심위 팀장은 사주로 확인되는 민원인들의 명단과 의심 내용을 자료로 정리해 수사관에게 “꼭 이 민원인들을 조사해달라”고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통지서를 보면, 민원인 조사는커녕 민원 내용에 대한 숙지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진은 양천서 지능범죄수사2팀 수사를 지휘한 과장에게 민원인에 대한 기초 조사는 진행했는지 물었으나 “수사 사항이라 법령과 내부규정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습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류희림의 채무 관계
류희림은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각별한 사입니다. 류희림 측근에 따르면 류희림은 윤석열의 은인이었다고 합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윤 총장을 징계하려 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감찰을 방해하고,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등 6개 사유였습니다. 당시 법무부 산하 감찰위원회 위원이었던 류희림은 윤석열 징계를 막기 위해 감찰위원회 임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또 언론을 상대로 징계 반대 여론 작업을 한 사실도 취재로 확인됩니다. 류희림 덕분인지 당시 윤석열은 징계를 면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논문 표절, 학력 위조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내조만 하겠다”고 대국민사과까지 했던 김건희에게 활로를 틔워준 것도 류희림이었습니다. 윤석열이 대통령 취임식 한 달여가 흐른 뒤, 서울 평창동 한 가정집에서 열린 ‘추모 음악회’에 김건희가 깜짝 방문하여 정치 행보를 시작했했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 기획도 류희림이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류희림에게 큰 빚을 지게 된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윤석열이 류희림을 '날리지' 않는 진짜 이유) 



김건희와 류희림 당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대표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 허행일 시인 페이스북)


언론장악은 내란 준비의 1단계였나... 언론장악 특검 도입 필요
김준희 방심위 노조지부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재수사 요청 또는 직접수사를 촉구하는 서면을 내고, 경찰수사심의위원회라든지 헌법소원 같은 절차들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만약에 경찰과 검찰이 계속해서 류희림을 비호한다면, 저는 특검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심위 뿐 아니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YTN 민영화 같은 문제들도 진상규명이 필요한데 수사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류희림 청부민원 사건은 단순히 방심위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권이 언론장악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KBS, YTN, TBS의 사장과 경영진이 차례로 교체됐고 보도 기능이 무너졌습니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공영언론은 망가뜨리고, 뉴스타파 같은 독립 언론을 상대로는 “반국가세력”, “일거에 척결해야 할 공산 세력” 등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고 압수수색 했습니다. 임기 시작 1년만에 경찰, 검찰 등 수사시관과 감사원, 권익위 등 조사기관을 총동원 해 언론장악에 성공했습니다. 대체 누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했는지 수사해야 합니다. 윤석열 내란 세력이 12.3 내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 장악이 1차 작업 대상이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언론 장악 특검을 통해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