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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호 여사 6주기 기념식장


ⓒ 박도




존경하는 당신에게


하느님과의 대화,
가장 천한 곳에서 그리고 외로운 곳에 처함으로 겸손의 미덕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겸손뿐 아니라 고통을 체험했기 때문에 놀이터 릴박스
남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참 귀한 것이 될 거예요. 보복을 부인하신 예수, 또 바울 사도도 (로마 12:17)고 하셨어요.

이 뺨을 치는 자에게 다른 뺨을 돌려 대는 것은 대단한 저항으로 박해자의 양심을 부끄럽게 하는 것인 줄 생각합니다. 오직 악은 악으로써 이길 수 없주식사고파는방법
고 선으로만 이긴다는 것을 우리는 다 같이 알아야 할 것으로 믿어요.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 마르거든 마실 것을 주라"(로마 12: 20)고 가르친 이 같은 사랑을 생각하고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1977. 9. 25.)

-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와 <옥중 서신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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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이희호 여사가 남편 김대중씨가 '1976. 3 ․ 1 민주 구국 선언'으로 정식 입건, 대법원에서 징역 5년 형을 받고 진주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이희호 여사는 남편 김대중씨가 교도소에 있을 때 거의 날마다 옥중 편지를 보낸 바, 필자가 그분의 장외주식거래
저서 <내일을 위한 기도>와 <옥중 서신 2>에서 이를 찾아 그 일부를 전재했다.
지난 6월 10일은 이희호 여사 6주기였다. 나는 2004년 2월 29일 일선 교단에서 물러난 뒤, 곧장 강원도 산골로 귀촌을 하여 20여 년 째 농사 꾼, 시민 기자, 작가로 지내고 있다. 그때 40여 년 살았던 생활 근거지 서울을 떠나면서 가능한 서울을 야마토카지노
자주 찾지 않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고교, 대학, 그리고 교직 생활을 한 탓으로, 그 작심이 무너질 때가 많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주에는 서울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지난 6월 10일(화) 이희호 여사 6주기 기념일과 12일(목) 대한 민국 광복회 회보 지령 500호 기념식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두 곳 모두 고문 직책을 맡고 있기에 참석하는 게 당연한 도리이기에 다녀왔다. 예사 때 같으면 귀가 후 곧장 기사를 써서 송고했을 것인데 이제는 흐르는 세월 탓인지 피로도 하고, 연이어 겹친 일정으로 1주일이 지난 다음인 이제야 글을 쓰고 있다.










▲  김대중 이희호 부부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이희호 여사와 세 번 만나다

나는 경북 구미 태생으로 김대중 내외 분과 인연이 없었다. 더욱 나는 구미 초등학교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초등학교 후배다. 게다가 그 집안과는 한때 이웃 사촌으로 쌀 뒤주 형편까지 잘 아는 사이였다.
1980년 9월, 그 무렵 나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 달 12일 3교시, 나는 1층 교장 실 옆 고 1-2반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나와 교장 실을 지나는데 문이 열리며 김연옥 교장 선생님이 한 부인을 배웅하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그 부인에게 나를 '박도 국어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 부인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얼른 저고리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가린 채 현관을 통해 교문으로 사라졌다.
김 교장 선생님은 나에게 다음 시간 수업이 있느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다. 그러자 교장실로 잠깐 들어오라고 하였다. 내가 교장 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자 김 교장 선생님은 방금 떠난 분에 대한 얘기를 했다.

"박 선생님, 누구신지 아시겠습니까?"


나는 얼른 보아도 언론 보도를 통해 눈에 익은 김대중씨 부인 이희호 여사 같았다.


"김대중씨 부인이시지요."





"맞습니다. 저와는 서울사대 교육과 클래스 매트였습니다. 어제(1980. 9. 11.) '내란 음모 사건' 결심 공판에서 남편이 사형 언도를 구형 받은 바, 밤새 뜬 눈으로 보낸 뒤, 여러 생각을 하다가 한 남자(아들 김홍걸)라도 살려야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학 친구인 나를 찾아 왔답니다. 근데, 교장인 나보다 학생을 직접 가르치시는 박 선생님이 더 적임 같아 부탁 드립니다."





"저도 그 학생은 평소 눈여겨봤습니다. 별도로 불러 격려, 위로하기 보다는 이전처럼 그냥 묵묵히 지켜보는 게 오히려 더 좋을 듯 합니다. 그게 오히려 본인에게도 편할 겁니다."

"말씀 듣고 보니, 그게 더 교육적일 것 같군요."


그 이듬해 나는 학교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교지 편집 지도 일을 맡았다. 나는 더 알찬 교지를 만들고자 '교내 문예 현상' 모집을 신설하여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공모 마감 날 하교 시간에 꺽다리 김홍걸 학생이 교무실 내 자리로 다가와 두툼한 편지 봉투를 떨어뜨리고 갔다. 그가 떠난 후 그 봉투를 펴 보자 시 2편이 들어있었다.

그 주 주말 공모 작을 수합하여 심사를 했는데, 나는 주저 없이 그의 작품을 장원으로 뽑았다. 유명 정치인의 아들, 사형수의 아들 이전에 그 학생은 피교육자로 제자가 아닌가. 거기에는 그때도 이후에도 조금의 사심이 없었다. 후일 들려온 바, 옥중 김대중 수인은 아들의 시가 장원이 됐다는 소식에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그 두 번째 만남은 먼 후일인 1990년대 초 어느 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다. 그때 정치인 김대중 의원은 제1 야당(평민당) 총재로 1일 교사를 하고자 내외 분이 우리 학교로 오셨다. 서울 시내 수많은 학교 중, 유독 우리 학교를 찾은 것은 두 아들(김홍업, 김홍걸)이 우리 학교 중, 고교를 무사히 마친 데 대한 감사의 뜻과 당신 동문으로 당시 정의숙 이사장과 장상 총장 때문으로 여겨졌다.

그 얼마 후, 나는 <샘물 같은 사람>이라는 산문 집을 펴낸 바, 그 책을 당시 이대부고 오 교감 선생님이 20권이나 친히 구입해 주셨다. 월요일 날 출근을 하자, 오 교감 선생님은 일요일 교회(연대 앞 창천교회)에서 이희호 장로님에게 그 책을 한 권 전해 드렸다고 말씀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뜨끔 했다.










▲  영정 속의 이희호 여사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통 큰 여인


1980년 '서울의 봄' 때,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민주화를 갈망하고, 두 김 씨 중 어느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던가? 그분들은 분명히 백성들에게 단일화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하지만 그들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기가 양보하겠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서로 상대가 양보하기만 바랐을 뿐이다.

후보 단일화에 틈이 가자 정국이 더 혼미해져 갔고, 마침내 5․17 계엄령으로 정국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시 7년 후, 많은 아까운 젊은이들을 제물로 바친 끝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그때도 또 두 김 씨는 눈앞의 대권에 다시 눈이 어두워 지난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두 후보는 황새와 조개처럼 사생결단 싸우다가 어부(노태우 후보)에게 잡힌 꼴(漁父之利)로 군정 연장을 도운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고는 군정을 종식 시키자고 하면서 연단 위에 군화와 철모를 올려놓고 핏대를 세웠다. 누가 군정을 연장시켰나? 이는 한 편의블랙 코미디였다.

- 박도 지음 <샘물 같은 사람> 27-28쪽 증에서


아마도 이희호 여사는 그 대목을 분명히 보셨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내가 담임을 했던 학급에서 두 학생이 1,2학기 반장을 서로 양보하며 나눠 하는 걸 보고, 그 꼭지 글에서 두 김씨가 한낱 고교생보다 못하다고 아주 까칠하게 비판했다. 그런데도 그해 연말부터 청와대의 이희호 여사는 친필로 쓴 크리스마스카드를 해마다 돌아가시기 전 해까지 보내주셨다. 나는 그 카드를 받고 이희호 여사를 통 큰 분으로 여겼다. 그 두 번째 만남은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의례적인 인사와 악수로 끝났다.


그 세 번째 만남은 2008년 11월 초순에 서울 여의도 63빌딩 대연회장에서 열린 이희호 자서전 <동행>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았다. 이희호 여사가 굳이 산골 농사꾼을 초대한 것은 그분 아드님이 가장 힘들었을 때 곁에 있었다는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나 보다. 그날 기념식이 끝나자 김대중 이희호 부부는 여러 내빈 가운데 나와 동료교사였던 임무정(전 천안 동성중학교장) 선생을 가장 먼저 부른 뒤 악수와 인사말을 전했다. 그때 이 여사가 내 손을 어찌나 꼭 잡으셨는지 그 여운으로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나 보다.










▲  필자와 이희호 여사의 악수


ⓒ 박도




김대중과 나의 결혼은 모험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이화 여고와 이화여전, 그리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한 다음, 미국 스카릿대학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 대한 YWCA연합회 총무로 촉망을 받았던 재원이었다. 당신은 결혼보다 이 땅의 여권 신장과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살기로 작정한 가운데 어느 날 상처를 한 정치 백수 김대중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나는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땅에 참된 민주주의를 꽃 피우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하며 나와 아이들을 돌보아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만년의 김대중 부부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나는 홍일, 홍업 두 형제의 어머니가 되면서 차용애(김대중 전 부인) 씨에게 기도했다.

"당신이 사랑한 사람들을 내가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상 이희호 자서전 <동행> 69-71쪽 축약


나는 이 대목을 읽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분의 인품에 새삼 감동했다. 그분은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한 정치 백수를 만나 그분의 꿈을 마침내 이루게 했다.










▲  손을 잡은 삼형제(맏형은 작고하였기에 대신 형수가 손을 잡다)


ⓒ 김홍걸




통일 꾼이 되기를

몇 해 전, 동교동 집 문제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을 때 나는 서울로 가서 당시 김홍걸 의원을 만났다. 그 얼마 후 김 의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동교동 자택에서 삼형제(맏형 대신 형수)가 나란히 손잡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는 나에게 구구한 변명도, 해명도 늘어놓지 않았다. 말이란 또 다른 불씨의 씨앗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김홍걸 의원 고교 시절 2년 동안 교실에서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는 언제나 과묵하고 속이 깊고 꽉 찬 학생이었다. 언젠가 그는 아버지 어머니의 유업을 이어 받아 이 나라 통일 운동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날(6. 10.) 나는 동작동 현충원 김대중 이희호 대통령 내외분 묘지에 국화꽃을 바치면서 제자 김홍걸 전 의원이 나라의 통일 꾼으로 조국의 평화 통일에 큰 몫 해주기를 간절히 기도 드렸다.










▲  아버지 단골 집, 아버지가 앉았던 자리에서 사제의 만남


ⓒ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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