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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모의 논쟁적 공간'은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가 한국 사회의 논쟁적인 공간과 건축 이슈를 풀어내는 기획입니다. 4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전경. 안창모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되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될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13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의 첫 일성은 여느 대통령과 달리 자신이 근무할 곳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본격적 선거전은 시작되기 전이지만, 차기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 어느 곳증권투자책
이 될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매우 높다. 오랫동안 대통령 집무실은 당연히 청와대였다. 청와대 입지가 민주공화정의 나라에서 대통령실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실이 청와대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안보를 이유로 항상 실패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옮기려는 시도 역시 관습헌법 논리로 좌절되었다. 분단 현실에서 우리인터넷황금성
는 대통령이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줄 알았다. 기껏해야 집무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전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거나, 그 자리에 다시 짓는 것이 전부였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 중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종자돈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과감한 선택으로 청와대를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는 청와대를 대신한 용산의 선택이 더욱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용산의 미래도시 구상은 멈췄고, 용산미군기지의 공원화는 길을알앤엘바이오전망
잃었으며, 용산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렸다는 뉴스는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새 대통령은 용산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고 청와대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제3의 선택을 해야 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새 대통령의 집무 공간 선택지가 서울에 한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와와티비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를 옮기려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보를 이유로 휴전선과 가까운 서울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으며, 정부대전청사 건설로도 해소되지 않는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청와대 흑역사' 되풀이 안하려면



푸른 기와가 덮힌 구 조선총독관저 모습. 1995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철거되었다. 서울화보 1961 캡처


필자는 청와대는 역사적으로 공간적으로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 거처할 공간이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과 행정수도 논란을 보며, 4·19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에서 "경무대라는 이름이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청와대로 바꿨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윤보선 대통령은 '청와대'를 새 이름으로 선택한 이유가 지금 건물이 푸른 기와로 되어 있고, 경복궁 건물들에 푸른 기와가 사용돼 푸른 기와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평화로운 인상을 준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가 과연 적절한 이름일까? 윤보선 당시 대통령이 언급한 '푸른 기와로 덮인 건물'은 우리 주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일본인 총독이 살던 집이었고, 그 집은 일본이 대륙을 짓밟으며 제국주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시절의 건물로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택할 건물은 아니었다.
전 대통령의 잘못을 고칠 기회를 4·19혁명이 주었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은 덜렁 이름만 바꿨고, 우리는 그 이름이 총독 관저의 지붕 색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60년 넘게 사용해 왔었다. 다행히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이름에 걸맞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갖게 되었지만, 국민들을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한 대통령실은 시민과 소통하는 민주공화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의 입지가 갖는 문제를 인식했던 대통령들이 집무실을 옮기고자 했지만, 분단 현실에서 대통령의 안위가 갖는 중요성으로 인해 고립된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청와대'로 불린지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5월 대통령실이 드디어 청와대를 벗어났다. 청와대를 벗어나서 옮긴 곳이 대한제국을 강점했던 무력의 본진인 일군 병영 한복판 언덕 위였다. 아뿔싸! 대통령의 안위가 곧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과감한 선택의 결과가 옛 일본군 심장부였고, 최고의 우방에게 도청을 허용하는 곳이었다니... 이 같은 연유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시작된 선거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용산에서 업무를 시작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용산은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 머물러서는 안 될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을까? 세종시다.

세종시 이전, 이번엔 가능할까



1977년의 임시행정수도계획 정부기관 도면. 행정수도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캡처


세종시는 1977년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선택했던 후보 지역의 일부다. 냉전이 심화되던 한반도에서 7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는 서울이 불안했던 대통령은 휴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 새 수도를 만들고자 했다. 1976년 6월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1976년 7월의 대통령 보고로 결정됐고, 1977년 2월 10일 대통령의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일이 될 때까지'라는 단서가 달린 임시 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첫 지시 후 3년 만인 1979년 6월에 대통령의 결재가 이루어졌다.
50만 명 규모의 행정수도 건설은 우리의 경제력으로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고, 그래서 준비된 것이 정부과천청사였다. 표면적으로는 임대 사무실을 사용하는 정부 부처를 수용하기 위한 청사였고 수도권 인구 분산 정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2청사의 입지가 한강 이남이라는 점과 정부과천청사가 관악산을 배경으로 3-4개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모든 건물은 지하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이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가 단일 건물로 지어져 전쟁 등 유사시에 매우 취약한 점을 보완한 것이다.
다음 해인 1979년 1월 14일에는 과천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됐고, 그해 10월 9일에 상주인구 4만5,000명의 신도시 건설이 11월에 착공된다는 계획이 나왔다. 정부청사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도시가 건설된 것이다. 그해 10월 26일 박 대통령의 사망으로 행정수도 건설은 중단됐지만, 과천 신도시 건설은 1980년 3월에 착공됐다. 과천 신도시와 정부청사는 임시 행정수도 계획의 유산인 셈인데, 이로 인해 과천은 세종시의 행정수도화로 나아가는 준비된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세종시 행정수도론, 만만치 않은 과제들



경기 과천시와 정부과천청사 전경. 안창모 제공


아직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전이지만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대선공약이 줄을 이을 것은 분명하다. 그 핵심에 국회와 대통령실의 이전이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세종시에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짓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공약이 추진 중인 상황이니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세종시의 행정수도 전환은 가시권에 들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꽤 확산돼 있다.
필자는 지역 균형 개발을 위해 행정수도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대망론을 내세운 행정수도 건설의 정치 논리는 자칫 국가경영의 백년대계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분권 강화는 꼭 필요하지만, 지방분권 강화를 메가시티 건설과 연계시키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도 세종시를 지역 맹주로 만들어 제2의 서울로 키움으로써 권역별 중소도시의 몰락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 더욱이 국회와 대통령실을 옮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서울시민의 상실감을 또 다른 개발프로젝트로 채우려 한다면, 머지않은 시점에 근시안적 도시계획의 폐해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행정수도가 구현돼 국회와 대통령실이 이전한다면, 현 서울은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세종시의 이중환상형 도시구조 개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홈페이지 캡처


또 하나는 세종시의 행정수도화 논의를 이끌고 있는 의사당과 대통령실의 이전이 세종시 도시 계획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중앙의 자연을 둘러싼 도넛형 도시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자연을 품은 폐쇄된 선형 도시는 유럽에서 산업혁명 이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선형 도시 계획의 한국적 번안이었으며,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다기능 복합형 자립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따라서 21세기 국가적 과제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해법으로 시작된 세종시의 중심이 의사당과 대통령실로 채워진 후 후속 시설이 연이어 채워져 세종시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다면 세종시는 또 하나의 괴물이 될 것이다. 세종시의 행정수도화는 지역 균형을 선도하는 해법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중소 규모 도시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지혜를 모아 진행되어야 한다. 행정수도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