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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에서 30년 동안 가축을 키운 유목민 어트건바타르(54)는 지난해 겨울 양 200마리를 잃었다. ‘조드(재앙·Dzud)’로 불리는 혹독한 추위와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올해도 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굶주린 양과 염소에게 사료를 먹이면서 버티고 있다.
" 비가 안 와서 가축들이 먹을 건 없고,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 폭풍이 일어나 초원에 쌓이고 있어요. 30년 전만 해도 사료를 살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 사룟값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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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바양항가이 지역의 초원이 건조해진 기후와 모래 폭풍으로 인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지난달 22일 게르(이동식 가옥)에서 만난 그는 사막으로 변한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풀을 찾아 헤매는 양·염소 떼를 지나 그가 알려준 곳에 도착하니 초원 한가운릴온라인
데 거대한 사구(모래 언덕)가 나타났다. 마을 주민은 “원래 작았는데 모래가 계속 쌓이면서 사막이 됐고, 최근엔 홍수까지 나면서 초원으로 쓸려 내려왔다”고 했다.
어트건바타르를 포함해 유목민 193명이 가축 10만 마리를 키우는 바양항가이는 투브 지역 21개 솜(기초지자체) 중 사막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지난해 겨울 기상이변의 여파금호전기 주식
로 전체 가축의 18%인 1만 8000마리가 폐사했다.



몽골 바양항가이 지역의 사막화 모습. 천권필 기자


솜장 벌러르토야는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면서 엄청 추워졌다가 여름에는 급격히 더워지고 비도 잘 황금성포커
안 오지 않는다”며 “기후가 혹독해지고 사막화로 인해 먹을 게 없어지면서 겨울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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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도 온난화·사막화의 악순환…모래 폭풍 3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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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바양항가이 초원에서 가축들이 풀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유목민의 생계가 위협받는 건 이곳만이 아니다. 국토 대부분이 초원·사막인 몽골은 급속도로 진행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몽골이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근영 디자이너


몽골 기상·수문·환경연구소(IRIMHE)에 따르면, 지난해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1.9도로 1940년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과거 30년(1961~90년)에 비해 2.5도나 올랐다. 남부 고비와 대초원 지역은 각각 최대 10도와 6도까지 치솟았다. 국제사회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하는 게 목표라는 걸 고려하면 기후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 수 있다. 2005년 이후 여름철 기온이 전 지구 평균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몽골 바양항가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이 초원을 덮치고 있다. 사진 몽골과학원 사막화연구소


기후변화는 몽골의 여름을 더 뜨겁고 건조하게 만들어 사막화를 가속한다. 2020년 기준으로 국토의 76.9%가 사막화가 진행 중이거나 토지가 황폐해졌다. 사막화의 영향으로 모래 폭풍의 발생 횟수도 196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는 3배가량 증가했다. 이 모래 폭풍이 북서풍을 타면 한반도로 내려와 국내에 황사를 일으킬 수 있다.
겨울철엔 조드가 더 자주 발생한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에 갇혀 있던 냉기가 풀려 내려와서다. ‘하얀 조드’는 폭설로 초원을 뒤덮어 가축이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 죽게 한다. 반면 건조한 여름 이후 찾아오는 ‘검은 조드’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가축을 탈수와 굶주림으로 몰아넣는다. 과거엔 이런 조드는 10년에 한번 꼴로 나타났지만, 지난 10년 동안 6차례나 발생했다. 지난해엔 전례 없는 규모의 조드로 몽골 전체 가축의 12.5%인 810만 마리가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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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계획도시에 171만 몰려 “난개발에 도심 홍수 빈번”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울란촐로트 쓰레기 매립지 주변으로 게르촌이 형성됐다. 천권필 기자



기후 재난에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은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고 있다. 도시 외곽 올란촐로트 쓰레기 매립장 인근엔 이런 기후 난민이 모여 형성된 게르촌이 있다. 이곳 주민 나란토야(52)는 “매립장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 왔다”며 “조드가 올 때마다 동네로 유입되는 유목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울랑촐로트 쓰레기 매립지 인근에 거주하는 나란토야. 천권필 기자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울란바토르에는 현재 3배가 넘는 171만 명이 살고 있다. 몽골 전체 인구(348만 명)의 절반이 국토의 0.3%에 불과한 도시에 몰린 셈이다. 이는 최악의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등 도시 환경의 악화로 이어졌다.
간추드르 몽골과학원 산하 사막화연구소장은 “게릴라성 폭우같이 도시 설계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사막화로 유목민들이 유입돼 난개발로 이어지면서 도심이 물에 잠기고 홍수가 나는 일이 최근 몇 년 사이 비일비재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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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통령 “30년까지 10억 그루 심겠다”…한국도 동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몽골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2021년 유엔 총회에서 10년 동안 몽골 전역에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속도를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와 광산 기업에 매년 목표치를 할당하고 있다.

한국도 10억 그루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NGO(비정부기구) 푸른아시아와 함께 바양항가이에 2022년부터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한 ‘상생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숲에는 모래바람을 막아 주는 방풍림과 비타민 나무(차차르간) 등 경제성이 높은 유실수가 자라고 있었다. 2026년까지 총 1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몽골 바양항가이에 조성된 상생의 숲에서 주민이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천권필 기자


산치르돌람(47)은 “시작했을 때만 해도 땅이 황폐해지고 모래바람도 많이 불어서 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지금은 나무 주변으로 약초가 많이 자라고, 땅도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솜장 벌러르토야도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조성한) 숲 덕분에 주민들도 나무 심는 데 관심을 갖고 지역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숲을 가꾸고, 영농 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숲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은 “상생의 숲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닌 살기 위한 숲”이라며 “땅의 생산성을 회복시켜 지역 주민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양항가이=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