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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국가 개발정책따라 정착, 초반 지뢰에 주민 목숨 잃는 등 험난
장단콩 상품화, 축제 年 70만 발길… ‘DMZ 안보관광’ 필수코스 인기
소음방송·오물풍선 등 남북관계에 민감… 고령화도 풀어야할 숙제로


‘30대 최연소 마을 이장’이었던 청년이 어느덧 70대 지긋한 나이가 돼서도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중간에 다른 주민이 이장을 맡은 기간을 제외해도, 그가 이장 자리에 몸담은 것만 30년이다. 스무 살 나이에 마을의 생성과 함께 이곳에 이주해 50여 년을 살면서 절반 넘게 이장을 맡았으니 그의 옵션매수계좌
삶은 마을 역사에 상당부분 포개진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 마을인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의 이완배(71) 이장 이야기다.
최근 파주 임진각에서 만난 그는 “1953년 휴전이 되고 마을 사람들이 강제 이주정책으로 마을에서 쫓겨나 뿔뿔이 흩어져 살았고 우리 가족도 같은 신세였다”며 “고향인 통일촌 마셀런주가
을로 돌아온 건 떠났을 때 ‘뱃속 아기’였던 내가 성인이 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완배 파주 통일촌 이장이 임진각 3층 전망대에서 민통선 내에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통일촌은 민통선 내 국빠칭코
가 개발정책에 따라 조성된 정착마을로 1973년 생겨났다. 남북 간 체제경쟁이 극에 달하던 시기, ‘이상적 마을’의 모습을 선전하는 한편 남는 경작지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20년간 사실상 무인지대였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게 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과거 이 마을에 살다 고향을 잃은 실향민 40세대와 군 제대민 40알라딘다운로드
세대 등 총 80세대의 인원을 정해 통일촌 입주를 허가했다.
이 이장은 실향민 세대 중 한 명으로, 부모·형·형수와 함께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당시 고향에 돌아가 살려는 사람이 많아 지원을 받았는데 대략 20대 1의 경쟁률이었을 정도로 입주경쟁이 무척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과거 마을 거주 이력은 물론 국가관으로도 입주순위를 매아이디엔 주식
겼던 거 같은데, 혹시나 바라던 고향에 가진 못할까 결과를 기다리는 2개월 정도 내내 가족들이 노심초사했었다”고 떠올렸다.
■ 척박했던 고향의 삶
고향에서의 초반 삶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난관으로 가득했다. 세대별 집이 마련된 것 외에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황무지와 같았던 농작지를 일궈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
이 이장은 “경작을 해야 할 땅에 철조망과 나무뿌리가 엉켜 흩어져 있었고, 지뢰도 남아 있어 주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며 “경작을 하면서 지뢰를 밟고 다리가 잘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은 주민도 있었다”고 했다. 남녀 관계없이 입주민들에게는 전선 방위의 역할도 주어져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운다’는 구호 아래 생업 속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마을 농사가 안정화되자 주민들은 농산물 판로를 고민했다. 민통선 내 지역 특성 탓에 외부와의 교류에 제약이 있고, 지역에서 주로 나는 농산물을 홍보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파주 통일촌 내 농산물직판장 앞에 서 있는 이완배 이장. /이완배 이장 제공


이 이장이 1990년대 초반 당시 30대의 나이로 첫 이장직을 수행하며 이 마을이 속한 장단지역에서 오래 재배한 장단콩을 상품화해 알리기로 마음먹은 것이 그즈음이다. 주민들이 만든 농산물을 규모 있는 공간에서 한데 모아 판매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해 농산물 판매장 설치를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경기도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 콩값은 쌀값보다 배는 나가지만, 당시에는 헐값에 인기도 없어 주민들도 콩 재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옛날 이곳에서 오랜 시간 특별한 콩을 심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있었고 쌀, 인삼과 함께 지역의 특산품으로 콩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장을 하던 그 시기이죠.”
■ 복 받은 마을이 되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에 파주시의 의지가 더해져 장단콩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리는 ‘장단콩 축제’는 경기북부 대표축제로 발돋움했으며 3일 동안 열리는 축제에는 연간 70만명이 찾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통일촌이 ‘DMZ(비무장지대) 안보관광’의 필수코스가 돼 이를 통한 관광수입도 주민들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요즘 많게는 하루 3천명 가까이 관광객이 통일촌을 찾는데, 이들 중 80~90%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한다. 이들이 꼭 방문하는 마을 직판장에서는 장단콩·인삼·쌀 등 지역 특산품과 관련된 상품은 물론 전 세계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DMZ 티셔츠, 군용품과 같은 기념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이장은 “과거에는 국내 관광객이 많았는데, 어느새 외국인들이 꼭 찾아야 할 DMZ 관광코스가 돼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라며 “관광수입이 주민들에게도 돌아가 아주 큰 도움이 되고, 그러다 보니 다른 동네 주민들이 ‘통일촌 사람들은 복 받았다’고도 이야기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 ‘베테랑’ 이장의 바람



이완배 파주 통일촌 이장이 임진각 3층 전망대에서 민통선 내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통일촌 마을 주민들과 남북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군사분계선과 불과 4.5㎞ 떨어진 탓에 작은 마찰이 생겨도 위협이 피부로 다가와 140여 가구 마을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하고, 관광도 막혀 수입에도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 정부 시기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들 수 있다.
이 이장은 “소음방송, 오물쓰레기 풍선으로 관광객도 줄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시끄러워 못 살았는데,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 우리도 (방송을) 안 하고 북한도 안 하니까 살맛이 나는 것 같다”며 “대북관계가 더 좋아져서 관광객도 많이 찾고,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1시간30분 남짓 인터뷰 동안 이 이장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마을 주민뿐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접경지역의 사정을 듣고 싶은 취재진들은 물론 정부·지자체, 군부대 관계자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인터뷰 중간 연락 사안마다 표정의 큰 변화 없이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접경지 마을의 30년 ‘베테랑’ 이장 생활을 증명하는 듯했다.



여느 농촌마을이 그렇듯 통일촌 주민의 고령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이장은 새로운 세대들이 와서 살 수 있게끔, 지역의 다양한 사업 기반을 만들고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더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리 정비와 같이 주민들이 금방 찾아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일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사이 미군들이 이 지역에서 쓰던 옷가지 등 물품을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전시관을 하나 만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볼거리와 먹거리와 같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마을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마을 2세들이 고민 없이 이곳에 살 수 있도록 지역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