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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9일 찾은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 밀양나노 국가산업단지 전경. 넓은 부지 가운데 삼양식품만 입주한 모습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편집자 주]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의 늪에 빠졌다. 인구소멸은 곧 지방소멸을 말하고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머리만 크고 몸체는 흐물거리는 괴물 나라를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소멸과 집중의 속도를 늦추고 균형을 찾는데 전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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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윤석열 정부의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윤 정부는 정부 지정으로는 14년 만인 2023년에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개발제한구역인 이른바 그린벨트(GB) 지역의 대폭 해제 조치도 내놓았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황금성포커성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지역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거란 경제적 효과에도 심각한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국가산업단지가 경제 발전과 지방 활성화라는 당초의 취지에 과연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 현장을 시사저널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전국 35곳의 국가산업단지를채권상품
모두 되짚어봤다.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뒤따르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사저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지난 3월부터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가산단 중 미분양면적이 축구장(7140㎡) 882개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경남·경북이미지스 주식
·대구·전북·충남 등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된 '노는 땅'이다(시사저널 7월3일자  「[단독] 35조원 들인 '국가산업단지', 지방에선 "수출액 0원" '애물단지'로」 기사 참조).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산단 35곳에 입주한 법인수는 지난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3200여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지방법인세 납부액은 1546억원 감소한 것주식전종목시세
으로 조사됐다. 법인세를 내야 할 업체는 증가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인 세수는 줄어든 것이다. 국가산단 입주 업체들의 납부액은 지난해 기준 568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7234억원) 대비 1546억원, 21% 감소한 수치다. 지역 특성과 부합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알짜배기' 기업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방세는 해당 지역의 재정 확충에 기여하는 세금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지방 재정 자립도와 직결되는 지방세의 지속적인 확대를 예상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24년도 보고서에서 "지방세 징수액은 2011년부터 2022년 증가했다가 2014년과 2020년에만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은 앞서 국가산단 입주 기업의 납부액이 전체 지방세수액 중 10~20%를 차지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관은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서 지방세 수입과 관련해 국가산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처럼 내다봤다. 그런데 실상은 이와 동떨어진 듯하다. 왜일까.



기존 국가산업단지 35곳 및 신규 국가산업단지 관련 현황 ⓒ시사저널


"최고치 2022년 대비 지방법인세 50% 급감"
시사저널 분석 결과, 수도권 편중 현상은 지방법인세 납부 현황에서도 나타났다. 수도권에 있는 국가산단 8곳(공장 설립 전 부지 조성 단계인 경기도 동두천시 제외)에 입주한 법인수는 지난해 기준 1만6317개다. 비수도권 26곳(1만2825개)보다 3492개 많다. 전국으로 넓혀 보면 전체 국가산단 입주 법인은 2024년 2만9142개로, 2020년(2만5941개) 대비 3200여개 증가했다. 수도권 국가산단에 들어선 법인들은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모두 1조1200억원을 납부했다. 전체 35곳 국가산단에서 나온 지방법인세(4조1100억원) 중 27%에 해당한다( 참조).
다만 업체당 평균 납부액을 살펴보면 비수도권 국가산단 입주 업체도 '납부액 상위권'인 사례가 있다.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가 단적이다. 지난해 기준 울산 미포 국가산단에 입주한 업체 하나당 평균 2억1400만원을, 울산 온산의 경우 1억7300만원의 지방법인세를 각각 납부했다. 경남항공 국가산단 입주 법인은 평균 1억6500만원을 해당 지자체에 냈다. 나머지 비수도권 국가산단의 사정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차이는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알짜배기' 기업의 입주 여부에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공업화의 성장을 이끈 핵심 지역으로, 울산 미포 국가산단에는 자동차와 조선 등과 관련한 주요 대기업이 대거 들어섰다. 경남항공 국가산단 역시 마찬가지다. 우주항공 산업에 중점을 둔 경남항공의 입주 법인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주요 방위산업체가 국가산단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방산업체의 사업 규모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큰 만큼, 이들 기업의 지방 재정 기여도는 높은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29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소재 밀양나노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삼양식품 밀양공장. 밀양나노 국가산업단지에는 삼양식품 1·2공장만 가동되고 있었다. ⓒ시사저널 최준필


전반적으로 늘어난 입주 기업 숫자는 지방 재정 확보로도 이어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각 지자체가 매년 거둬들인 지방법인세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국가산단 입주 업체들이 납부한 지방법인세는 2020년 약 7200억원에서 이듬해 6300억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1조140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2023년 1조500억원에서 2024년 5700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최근 5년간 고점을 기록한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50% 급감한 것이다. 
법인세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순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납부액이 늘었다면 기업들의 산업 활동이 활발했다고 볼 수 있는 긍정적 신호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국가산단 입주 기업들이 성과를 낸다면 세입을 확대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복지·교육 등에 대한 투자로도 이어진다. 물론 국가산단만으로 지방 재정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 주도의 국가산단은 지역 경기 활성화 등의 목적이 있는 만큼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가산단 입주 업체의 지방법인세 변화폭이 큰 것은 '적신호'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 예산 편성의 예측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게 이유다. 국가산단은 지방법인세뿐 아니라 근로자 증가에 따른 상권 활성화 등과 직결된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지자체는 국가산단 근로자들의 지출 등 다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고 국가산단을 유치한다"며 "근로자들의 월급에 지방세도 포함된 만큼 지자체가 국가산단 유치로 인해 기대하는 세수 확보는 법인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황지욱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전북대학교 교수)은 "지방법인세 급감은 국가산단의 국가 재정 기여도 저하, 나아가 국가산단이 의도한 기업활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부는 세계 경제상황과 맞물려 법인세와 지방세를 지속적으로 감면해 준 결과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2022년 대비 2024년에 각 지자체가 국가산단 입주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지방법인세가) 최대 50%의 급감했다는 수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가산단 내 어떤 기업이 입주해서 어떤 형태의 영업을 해왔는지, 이것이 단기적 현상인지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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