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 삶 다룬 작품
상식처럼 벌어지는 부조리 묘사
제조업 뒤틀린 노동구조 보여줘
모두 위한 ‘작은 변화’ 교훈으로







장제우 작가



“쿠팡을 불지옥처럼 묘사하는 분들이 있지만 중소기업 평균보다 좋은 일자리다.” “미취업 청년들 쿠팡 갈 거냐 공장 갈 거냐 물어보시기 바란다.” 최근 페이스북 유명 골드몽 논객 간 설전이 오가며 나온 말이다. 마침 쿠팡 대신 중소기업 공장을 택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고온 터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이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3학년 2학기’는 각종 영화제를 휩쓴 수작이다. 중소제조업의 노동과정을 곧이곧대로 보여주는 장면들로 꾹꾹 채워 언뜻 지루하고 무거워 보이는 영화임에도 재미가 넘치는, 희한하면서도 릴게임가입머니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는 직업계고 교육 현장의 기곗소리로 시작한다. 3학년 2학기를 맞아 취업을 탐색 중인 두 학생은 선 지망 중견기업의 현장실습이 무산됐다는 소식과 함께 다른 업체를 권유받는다. 중소기업이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실습 마치고 취업까지 합격하면 주말엔 선망받는 ‘경인공전’에 갈 수 있으며 ‘병특’ 야마토릴게임 도 가능하다고 설득한다. ‘중소’라며 내켜하지 않자 선생님은 졸업 후 취업은 더 어려우며 알바를 평생 할 수는 없다는 말을 건넨다. 학교에서의 기술교육에 현장실습까지 몇 개월 거쳤다는 것은 비경력직일지라도 보상받아야 할 숙련이 어느 정도 생겼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베테랑마저 최저시급을 받는 게 ‘국룰’인 중소제조업의 현실에서 쿠팡이나 편의점 등 동일 바다이야기릴게임 시급의 알바는 매력은 없어도 손쉬운 선택지이다. 영화 속 한 학생도 실습을 며칠 만에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를 하러간다. 이렇게 뒤틀린 노동구조에서 이란희 감독은 ‘알바는 나이 들면 못한다’는 선생님의 입을 빌려 중소제조업체의 직업적 장점을 답답하지만 현실적으로 짚어낸다.
영화의 주인공 창우는 일머리가 다소 떨어지지만 성실함은 나무랄 데 바다이야기무료 없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직무능력을 발전시키는 캐릭터이다. 학교에선 멀리했던 용접에의 소질을 우연히 배려심 있는 선임을 만나 알게 되고는 생애 처음 성취감도 맛보게 된다. 창우는 같이 실습 왔던 친구가 편의점으로 떠나고, 자신의 롤모델로서 경인공전과 병특을 진행 중인 협력업체 직원이 근무 중 목숨을 잃고, 본인도 회사가 요청한 불법 심야근무 중 그라인더에 팔을 베여 꿰매는 부상을 입지만 공식적인 산재 신청이나 고발 없이 끝까지 버티며 한 명의 사회인으로 성장해간다. 어린 동생이 먹고 싶어하던 치킨을 사주는 창우의 모습은 관객에게도 작은 위안을 준다. 영화의 훌륭함은 서툴렀던 주인공의 흐뭇한 성장과 부조리한 노동현장을 가장 보편적인 현실성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빼어난 연출과 연기의 덕분이지만 뿔 달린 악마가 사업주나 직장상사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에는 200년 전에나 어울렸을 악독한 기업이나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무시무시한 악인이 아니어도 불법 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안전을 소홀히 한다. 영화가 너무 잘 묘사하듯 부조리가 마치 상식인 양 물 흐르듯 태연하게 벌어진다. 이는 한국의 산재 해결이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실습 전 창우는 선생님에게 “저를 좋게 봐줄까요”라며 주눅든 목소리로 묻는다. 감독이 꼽은 핵심 대사이다. 학창시절 내내 저평가에 길들여진 창우 입장에선 인정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 자체가 없는 것이다. 잘난 부모도, 특출난 재능도 없으며 성공신화에 나올 법한 엄청난 노력의 화신도 아니지만 조건 내에서 묵묵히 해나가는 평범한 인물이 창우이다. 한국의 문제는 창우 같은 성실한 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그런 이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성적이나 직업, 직장에 대한 위계가 극심한 한국에서 숱한 창우들은 어릴 때부터 자존감을 빼앗길뿐 아니라 낮은 임금은 물론이고 기본적 권리도 보장받기 어렵다. 평범한 이들을 향해 능력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아닌, 부당한 ‘징벌적 능력주의’가 가해지는 것이다. 한국의 징벌적 능력주의는 기실 언제 해결된다는 기약이 없다. 대신 사회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기 위해 현수막이나 할인행사만이라도 수험생뿐 아니라 모든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영화가 준 작은 교훈이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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