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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벨트 부동산 급등 지역, 30~40대 젊은층이 주도
내놨던 집마저 들어가며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
마·용·성, 동작에서 강남으로…'똘똘한 한 채' 향한 열망, 연쇄 상승 견인
이재명 정부 극단적 대출 규제에도… 부동산 업자들 집값 양극화에는 효과 제한적 예상






류영주 기자



"이게 3층 저층부인데 24억5천에서 24억 8천정도… 고층부는 매물이 없고요..SK주식
차라리 40평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는데 31억이면 가능하고…"

정부의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직전인 6월 중순, 이른바 '서울 한강벨트'의 30평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공인중계사 사무실을 찾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익숙해져야 할 것이 숫자다. 30대 대기업이나 전문직종 종사자들조차 익숙해지기 힘든 숫자들이 너무 백경게임
'쉽게' 나온다. 30억대 아파트가 평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대목에서 어이없어하는 기자의 표정이 살짝 드러났을까? "그러니까 돈이요… 그냥 숫자에요. 이제는…." 물 흐르듯 설명을 이어가던 공인중계사가 잠시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던진 말이다.
"여기는 그냥 딱 찍고 가는 데에요." '똘똘한 한 채' 향한 끝없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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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급등세 마·용·성의 한 곳인 마포. 마포 아파트의 대장주로 불리며 '마래푸'라는 약칭까지 생긴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30평대 아파트들은 최근 들어 호가가 27~28억을 오가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20억대 전후였던 곳이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5~6억이 올랐으니 폭등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그나마도 최근 시세가 코스닥유망주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팔겠다며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하나같이 팔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동산들이 다 다르긴 하겠지만 저희 부동산에서는 한 3명씩 3팀이 계좌번호만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요…(물건이파칭코사이트
) 없으니까"
사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물건이 없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지사. 원하는 조건의 아파트가 나왔다하면 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거는 일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마포 아파트 가격 폭등의 이유와 관련해 한 부동산업자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 어디로 가려고 하냐면 다 잠실, 개포, 잠원, 반포 이런데로 옮겨가시는게 목표에요. 그래요. 여기는 발 디디고 그냥 딱 찍고 가는거죠"
'똘똘한 한 채'를 향한 첫 발걸음이 시작되는 동네 중 하나가 마포라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 집값이 들썩이면 마포 집값이 같이 뛰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포에서 오래 일을 했다는 한 공인중계사는 "이런 해는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과거에는 평형별로 물건은 있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아예 매물이 사라지면서 매일 집을 찾는 사람들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똘똘한 한 채' 열풍의 핵은 30~40대, 반포·압구정을 향한 여정

 "'나중에 팔게요', '조금 있다가 팔게요'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워들 해요. 여기는 물론이고 주변 상도동도 아예 물건이 없어요." 
마·용·성, 강남3구의 아파트 급등세가 동작과 동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은 정확했다. 흑석동에서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하임. 한 공인중계사는 최근 이 지역 아파트 값 급등세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이런데 3층 같은 경우 올 초에 23억 그랬는데 최근에 집주인들이 27억으로 올렸단 말이에요. 지금 다시 29억을 이야기 해요. 이제는 20억 언더가 쉽지 않아요"
마·용·성, 강남3구의 영향으로 동작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지역이 아니었던 동작구는 마·용·성, 강남3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올해도 2월부터 아파트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통령 선거일이 결정되면서 집값 상승 움직임이 더 뚜렷해졌다고 한다.



류영주 기자


"대통령 선거 1~2주 전부터 많이들 사러 오셨어요. 정말 달려오듯이 사러 오는게 느껴질 정도니까…"
흑석동에서도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세대는 30~40대였다. 최근에 나온 매물을 보면 흑석동 집을 팔고 강남으로 옮겨가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주변 부동산 중계인들이 아예 흑석동 집을 매각해 주고 동시에 강남 아파트 매입까지 도맡아 해주는 경우가 잦았다.
갈아타기 최종 목적지 강남, '그들' 사이서도 끝나지 않는 갈아타기

 '똘똘한 한 채' 광풍의 최종 목적지인 강남의 사정은 어떨까? 흥미롭게도 호가 70~80억 아파트가 있는 반포조차 갈아타기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현재 여기 살고 계신데도 약간 좀 금액이 낮은(데 사는) 분들 있잖아요. 그 분들도 내 거를 비싸게 팔고 갈아타고 싶어해요. 더 좋은 단지로 옮겨가고 싶은 거죠. 그런 분들도 계속 토요일 날 부동산 사무실 들러서 물건 확인하시고…"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반포는 평소에도 매물 자체가 그렇게 많은 지역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팔겠다는 사람이 자취를 감춘 마포나 동작보다 매물은 드문드문 나오는 형편이었다. 반포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겠다고 하면 이제 50억 미만으로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언뜻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액수임에도 물건은 내놓기가 무섭게 나가는게 현실이었다.
"이렇게 드문드문 나오는데 나오자마자 거래가 돼요. 대부분 한달 이내에 거래가 돼요. 어제 가격보다 갑자기 5억 높여서 불러대는데도 한두 달 있으면 거래가 되는….분위기가 이래요."
李 정부 '역대급'이라는 돈줄 죄기, 특효약 될까?

 이른바 서울 '한강벨트' 집값 사정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들이 눈에 띈다. 큰 흐름을 30~40대가 주도하고, 강남 인접지에서 강남으로 이전하기 위한 연쇄 폭등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열망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소득과 집값에 상관없이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밖에 없었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지역에 자리한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를 금지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강수인 셈이다. 부동산 급등지 현장에서는 정부가 대출 제재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어떨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여기서 집 구하시는 30~40대들이 보면요…직장도 좋아요, 집안도 좋아요, 연소득 좋아요 그러다 보니까 돈에 대해서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느낌이에요" 



연합뉴스


부동산 업자들은 정부의 극단적인 대출 죄기가 당장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여전히 많은 매수자들이 대출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이유도 단순한 '재산 증식'만이 아니다. 이제는 교육, 주거환경, 계층 등 복잡한 요소들이 특정 지역으로 쏠림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재력가들은 투자의 기대 이익이 불확실하다 해도 이같은 가치들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면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했다. 특히 올해 아파트값 급등이 시장에 준 부정적인 시그널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단단하게 다져줬다는 점이다. 반포의 한 공인중계사가 털어놓은 내심은 이런 심리적 현상을 뒷받침한다.
"나오면 '그냥 사세요' 이래요. 왜냐면 부동산이 양극화 돼서 강남만 더 많이 오르고 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하는거 같거든요."
취임 1개월의 신생 이재명 정부에게는 버거운 과제다. 집값 문제는 과거 단순히 재산 증식을 노린 단일 목적에서 사회, 경제적 요소가 뒤섞인 복합적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상급지'. '하급지'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어디서 사느냐' 문제는 이제 자신의 계층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이 받아들여진다. 이런 인식이 다주택자 규제와 결합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묻지마 투자'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정부는 '폭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양극화'라는 난제마저 받아든 격이 됐다. '결국 부동산이 이긴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낼 지가 관건인데, 도식적인 규제 패키지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죄기' 이상의 디테일한 부동산 대책이 절실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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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gabobo@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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