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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와 즈비그는 때론 논쟁을 했고 때론 서로 동의하지 않았죠. 카터가 ‘언제쯤 포기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냐’ 메모를 보내면 즈비그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다시 부드러운 태도로 돌아갔죠. 두 사람은 ‘연방 대법원(Supreme Court)’이라 부른 백악관 내 테니스 코트(tennis court)에서 테니스도 많이 쳤습니다. 안보 참모에 전권을 부과할 생각이 없는 지금의 트럼프와 루비오의 관계와는 많이 달랐어요.”
13일 미국 스톰게임
워싱턴 DC의 아스펜연구소에서 에드워드 루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의 신간인 ‘즈비그(Zbig): 미국의 최고 선지자 브레진스키의 인생’에 관한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 이 책은 헨리 키신저(1923~2023)와 함께 미국과 구소련 간에 냉전 체제가 완화되는 데탕트 시대에 미국 외교를 이끌었던 고(故)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2017) 전 국가루트로닉 주식
안보보좌관을 조명한 평전(評傳)이다. 이날 약 1시간 대담의 사회를 본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더 아시아 그룹 회장)은 “올해 나온 외교 정책, 현대 정치에 관한 도서 중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루스는 2017년 5월 브레진스키가 별세하기 직전 11년 동안 오션
약 30차례 점심을 함께했다. 이번 저술을 앞두고는 브레진스키의 자녀들로부터 일기장과 편지, 의회 도서관에 보관된 방대한 문서 컬렉션을 건네받았는데 이 책의 참고 문헌만 45페이지가 넘는다. 루스는 “많은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기장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매우 두껍고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역사의 첫 초고한국파칭코
(草稿)처럼 흥미진진했다”고 했다. 브레진스키의 딸인 미카는 진보 성향 MSN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모닝 조(Morning Joe)’의 공동 진행자다.



냉전 시대 미국 외교를 이끌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왼쪽)와 헨리 키신저 전 국가안보보좌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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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진스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당대 같이 활동했던 키신저다. 폴란드 외교관의 아들인 브레진스키는 소련과 나치가 조국 폴란드를 갈라놓는 것을 지켜봤고, 독일 출신인 키신저는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고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난민이었다. 루스는 “키신저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데 올림픽 수준인 인물이었던 반면, 브레진스키는 바보들을 용납하지 않았다”며 “누군가가 바보라고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을 말로 베어버렸고 그래서 미디어와 이 도시(워싱턴 DC)에서 많은 적을 만들었다. 우리가 20~21세기 가장 중요한 전략적 사상가 중 한 명인 그에 대해 더 많은 주목과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이유”라고 했다. 실제로 키신저에 관한 도서는 넘치지만 브레진스키의 경우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관련 저술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루스는 “그들은 친구이자 적(敵), 경쟁자이면서 백악관 앞 프랑스 레스토랑인 ‘상 수시’에서 종종 함께 식사하는 영화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오늘날 워싱턴에서 그런 수다스럽고 적대적인 우정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키신저가 먼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제안을 받아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올랐는데, 루스는 “브레진스키는 그때 외국 이름과 외국 억양을 가진 사람이 그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야망을 갖게 됐다”며 “노트에 자신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되면 정부에 영입할 사람을 기록해 두었고, 그 목록에 있는 이들의 절반을 결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데려갔다”고 했다. 2017년 브레진스키가 세상을 뜨자 키신저는 유족에게 쓴 편지에서 “내가 소중히 여긴 세계의 구조를 지탱하는 기둥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1979년 2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앞줄 왼쪽)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가운데)와 함께 헬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브레진스키와 그가 참모로 보좌한 대통령 지미 카터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조지아 주지사로 주류 정치권과 거리가 있고 외교·안보 분야에도 문외한이었던 카터는 록펠러가(家)의 데이비드 록펠러와 브레진스키가 설립한 ‘삼극 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를 통해 속성으로 과외를 받았다. 브레진스키가 ‘나는 브레진스키의 열렬한 학생’이라는 카터의 말에 “카터, 미국인들은 학생을 뽑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리더를 원한다”고 바로잡았다고 루스는 전했다. 브레진스키는 퇴임 후에도 이라크 전쟁 참전 등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거의 모든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카터와는 ‘평생의 친구’로 남았다.
브레진스키는 1997년 출간한 ‘거대한 체스판’에서 “잠재적으로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라며 “상호 보완적인 불만감에 의해 통합된 ‘반(反)패권 동맹’으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주도국이 되고 러시아가 추종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 예측은 그대로 현실화됐고,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밀착이 공고화되고 있다. 루스는 “소련 붕괴 이후 승리 분위기에 젖어 있던 30년 전에 이미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이 합세한 ‘동맹’을 내다봤는데 그야말로 놀라운 예측”이라고 했다.



신간 '즈비그(Zbig)' 표지.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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