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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성 장관이 최소 30% 이상 임명이 현실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설거지는 여성의 몫” 같은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자신의 ‘돼지흥분제 성폭력 모의’를 일화로 거론할 만큼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말이에요. 바로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이야기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대통령 임기 안에 단계적으로 여성·남성 반반 내각을 꾸리겠다고 약속했고 홍준표 후보와 안스마트폰주식거래수수료
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여성 장관 비율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도 했지요.
대통령 선거에서 남녀 동수 내각이 공약으로 등장한 건 그 때가 처음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대중화 바람이 큰 영향을 줬어요. 앞선 대선에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 같은 두루뭉술한 약속이 많았는데 19대 대선 때는 구체적미드추천
인 여성 장관 비율을 제시한 공약이 우수수 나온 거예요. 여성신문사와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뭉쳐 각 당 대선 후보에게 목표치를 담은 ‘서약서’를 받아냈지요.
약속은 지켜졌냐고요? 시작은 좋았어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2017년 7월) 장관 18명 가운데 5명이 여성(27.8%)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5년 기준 29.3릴게임 추천 사이트
%) 수준에 근접합니다. 과거 정부(김대중 정부 3명,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명, 박근혜 정부 2명) 첫 내각과 비교해도 여성 장관 수가 많은 편이었어요. 그 뒤 개각을 거치면서 여성 장관 비율 최고치(33.3%)를 찍고 가장 많은 여성 장관을 배출했습니다만, 남녀 동수 내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 뒷걸음친 공약, 이번KT분석
대선에선?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다시 한 번 남녀 동수 내각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성별과 연령을 고려한 통합정부 균형 내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선되면 남녀) 동수 내각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지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장관 임명 때 성비를 의식삼성카드 주식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내각 여성할당제를 반대한 거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성 몇 %를 약속하기보다 유능한 인재 발굴에 힘쓰겠다”고만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2022년 5월)의 여성 장관 비율은 16.7%였습니다. 2023년 12월 개각으로 그 비율이 26.3%로 올랐다 2024년 7월부터 12·3 내란 사태까지 15.7%에 그쳤습니다. 2023년 기준 오이시디(OECD) 회원국의 평균 여성 장관 비율은 35.7%였는데 말이죠.
이번 대선에선 남녀 동수 내각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 장관 비율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여성이 빛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20일 여성·가족 공약을 발표했습니다만, 여성 대표성 강화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남녀 동수 내각을 약속했지요.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대선주자들에게 “새 정부 내각 여성·남성 동수 구성 등 모든 공공부문 의사결정 구조에 성별 균형 원칙을 의무화하라”고 다시, 촉구했습니다.



109회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2017년 3월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당시 유력 대선주자들이 성평등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여성도 청년도 없는 내각
성평등 내각은 왜 필요할까요? 가장 간단하게는 ‘남초’ 내각보다는 성별이 골고루 포함된 내각이 국가를 운영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죠. 지난 2021년 독일 역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린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도 절반의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여성이라고 반드시 여성·소수자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관련 정책을 잘 추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해요. 여성과 남성 장관을 같은 수로 꾸리는 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선 2012년 사상 첫 남녀 동수 내각이 출범했어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킨 결과였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015년 사상 처음으로 내각 30명을 남성 15명, 여성 15명으로 꾸렸는데요, 한 기자가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해요. “Beause it’s 2015.”(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그해 박근혜 정부 17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여성가족부 장관 1명뿐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능력주의’를 표방하며 꾸린 초대 내각의 주축은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이었지요.
남녀 동수 내각을 구현한 국가를 보면 성별뿐 아니라 연령, 장애 여부, 사회·경제적 배경, 인종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대선 때 “유색 인종과 여성들을 중용하겠다” 약속한 대로 내각 26명 중 12명(46%)을 여성, 13명(50%)을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아시아계 등으로 채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각 구성은 연공서열이 파괴된 실력 위주가 될 것으로 기계적 성평등에 의한 동수 내각은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여성할당제의 전제는 여성 개인이 ‘유리천장’을 깨고 리더로 성장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적 문제 때문에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걸 명확히 하려고 프랑스처럼 아예 헌법에 남녀 동수 조항을 명시해둔 국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프랑스는 1999년, 2008년 두 차례 헌법을 고쳐 여성과 남성이 선출직 등 사회 요직과 각종 직업에 동등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