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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우주청)이 올해 대다수 연구개발(R&D) 사업을 조달청을 통해 진행하는 과정에서 '긴급공고'라는 형태로 사업참여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사업을 공고하는 사례가 잦아 연구자들이 R&D 사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R&D 사업관리 시스템과 달라 연구자가 사업 공고를 놓치거나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R&D 사업 응찰자가 없어 사업이 유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청한 지 1년 3개월밖에 안돼 '시행착오'로 볼 수 있지만 우주개발 글로벌 경쟁과 민간산업 업종분석
활성화 지원 등 시급한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을 재빨리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청 내 연구과제를 직접 관리하는 조직이나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9일 우주항공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 공식 전자입찰·계약 사이트인 '나라장터'를 통해 올해 우주청의 대부분 R&D 사업이 진행됐다. 우주청은 올해 60여바른전자 주식
개의 R&D 과제를 나라장터에 공고하고 입찰을 진행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5일 처음 공고된 '다층궤도 군집 위성항법 개발사업의 기획연구'와 지난 7월과 6월 각각 처음 공고된 '미래항공기 혁신기술 개발사업 기획', '금성 탐사(관측) 임무 발굴 및 기술개발 전략 마련을 위한 기획연구'가 대표적인 유찰된 R&D 사업이다. 3개 하이스틸 주식
사업 모두 단독응찰, 무응찰을 이유로 첫 입찰공고에서 유찰됐다. 미래항공기 혁신기술 개발사업 기획의 경우 재공고됐지만 또 유찰돼 다시 공모가 진행 중이다.  
우주청이 출범하기 전까지 우주항공 분야 R&D사업은 조달청이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진행됐다. 부처로부터 R&D 사업 관리를 위탁받은 한국연구재단은 연초에 과제씨엔조이 릴게임
별 계획, 일정 등 세부 사업 시행계획을 공지한다. 한국연구재단이 사업 공고를 시작하면 시스템에 따라 대학, 연구기관 등에 공고가 전달된다. 연구자들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을 통해 사업을 신청하고 성과보고서를 제출한다. 
이와 달리 올해 우주청 R&D 사업의 경우 대부분 나라장터나 우주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가 진행됐다. 적지인터넷증권거래
않은 과제가 입찰 공고기간이 10일에 불과했던 긴급공고였다. 예를 들어 '차세대 유·무인기용 항공엔진 소재·부품 핵심기술 개발', '초극미광 심우주 탐사용 우주망원경 사업' 등을 우주청과 나라장터에 긴급공고 형태로 공고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올해 우주항공청 R&D 사업 목록 일부. 6~7월 개찰 완료됐지만 유찰로 사업 진행을 못하고 있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나라장터 캡처


연구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 데다 '긴급공고'로 이뤄지다 보니 특정 R&D 사업에 참여할 역량이 있는 연구자들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연구자는 "조달청이나 우주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고를 매번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연구자들은 나라장터에서 과제제안서뿐 아니라 기존 R&D 시스템에서 해본 적 없는 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진행되는 계약 방식도 기존과 다르다.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R&D 사업은 협약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조달청을 통하면 계약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용역' 형태로 계약하는 것으로 발주기관에 권리가 귀속돼 연구결과물 소유권을 놓고 발주기관과 연구기관·연구자 간 분쟁의 소지가 있다.
조달청 시스템이 가격 경쟁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가격 경쟁 점수가 반영돼 연구 내용(기술성)보다 낮은 입찰가가 유리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대학교수는 "연구자들이 혹시라도 가격 점수에서 밀려 사업을 못 따오는 경우가 생길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며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약 1억원 규모 사업인데도 연구자가 더 적은 가격으로 과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적어내는 경우도 있어 '기형적 R&D'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자는 "돌발적으로 공고되는 우주청 과제가 많다"며 "과제 공고 기간이 너무 짧아 연구자, 대학교수 등이 우주청 사업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 출연연 관계자도 "R&D를 입찰 경쟁으로 진행하다 보니 연구자가 익숙하지 않은 입찰 서류를 준비해야 해 매우 번거롭다"고 했다. 
우주청이 올해 조달청을 통한 R&D 입찰 시스템을 운영한 까닭은 올해 R&D 사업예산을 연구개발출연금(360목)이 아닌 연구용역비(260목)로 받았기 때문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우주청은 전문가 집단을 표방하기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사업을 스스로 공고하고 관리하기 위해 연구용역비로 예산을 받아 R&D 사업을 진행했다"며 "올해 대부분 R&D 사업 계약 자체는 국가계약법으로 진행하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준해 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연구자의 불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 올해는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내년 예산은 연구개발출연금으로 예산을 받아 R&D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주청은 원칙적으로 출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출연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법률 검토를 거쳤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에 출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긴급 공고는 빠른 사업비 소진과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청 산하에 R&D 사업을 기획, 관리, 평가할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사한 기관으로 기상청의 '한국기상산업기술원', 국토교통부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있다.
한 대학교수는 "R&D 사업을 관리하는 일은 굉장히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기관이 사업관리기관을 두고 있다"며 "올해 사업자 선정, 사업 변경 등 다양한 연구개발 과정이 과거에 비해 몇 달씩 늦게 진행되는 경우가 자주 생겨 원활한 R&D를 진행하기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가 최상위 우주개발 계획인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는 R&D 사업관리기관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우주 분야 전문관리기관인 ‘우주개발진흥원’(가칭)을 설립해 우주 정책 및 사업이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산재돼 있는 정책기획, 연구기획·관리, 우주산업 지원, 국제협력 지원 등을 통합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청 홈페이지에 '긴급공고'된 사업 공고. 우주청 홈페이지 캡처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