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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으나, 활동가로 실무에 이리저리 치이며 지내다보면 직접 준비하는 자리가 아니고서야 강좌나 토론회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노동조합에서 일했을 때도 그랬다. 누구 하나 친절히 알려주는 이 없고,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교섭에 임하고 투쟁을 조직하면서 참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이 잊히질 않는다. 수많은 질문과 시행착오를 통해 부딪고 깨지며 활동해야 하는 상황은 돌아보면 소중한 경험이지만, 당시에는 나를 성장시킬 원동력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방법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괴로움이었다.
그래서 이번 보듬는학교 강좌를 기획하는 일은 내게 그저 단순한 기획업무의 의미에 그치지 않았다. 신입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싹과정이, 채울 길 없이 쏟기본예탁금
아내야만 하는 나 같은 활동가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했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이자 경기지역 상임활동가, 그리고 공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노동현장과 지역을 넘나들며 노동안전보건활동가의 성장을 위해 애썼던 고 이훈구 동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는 '아이구' 이훈구 동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양성을 위한삼화전자 주식
학교를 열기로 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총 8강으로 진행된 '보듬는학교 새싹과정'은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활동가를 위한 교육 과정으로, 노안 활동가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산안법, 산재법 등의 법과 제도, 일터에서 실시하는 위험성평가와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등을 노동자의 입장과 관점에서 권리로 인식해 나가는옵션매수계좌
시간으로 기획했다.
현장과 현장이 만나는 교육
새싹과정은 기획부터 연구소 회원들의 참여로 이뤄졌다. 연구소, 공감센터, 일환경건강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금속노조 경기지부, 건설노조의 연구소 회원들이 모여 2월부터 5월까지 매월 회의를 진행했다. 함께 논의한 구성원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단순히 지식과 정보전달을 위OBV
한 학습을 넘어 교육을 듣는 새싹들이 일터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특히 일터의 변화를 모색하는 실천을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에 현장성과 구체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어려워하고 어떠한 난관을 만나게 되는지 궁리한 끝에, 아래와 같은 여덟 개의 주제로 온라인펀드
강좌를 확정했다.

1강 - 일터의 안전과 건강을 권리로 이해하기
2강 -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
3강 - 일터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괴롭힘, 정신질환, 감정노동 등)
4강 - 화학물질, MSDS, 작업환경측정, 검진제도
5강 - 노동시간과 뇌심혈관계질환
6강 - 골병과 근골유해요인조사
7강 - 현장의 위험을 들여다보기, 위험성평가
8강 - 노동안전보건활동의 확장을 위해(이주, 젠더, 기후위기 등 건강권 활동)


강사는 연구소 회원들 중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장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1강부터 8강까지의 흐름이 적절하게 배치되고 준비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강사단모임을 진행하며 각자의 교안을 공유하고 전체 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새싹과정의 취지에 맞게 교육 내용과 난이도를 조정해 나갔다. 실전 경험 많은 강사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교안에 포함하는 등 교육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더욱 잘 전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틀의 시간을 확보해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대근무 후 졸린 눈을 비비며 교육에 참여한 새싹노동자,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듣고 싶어서 온 새싹노무사, 외국에서 공부 중 노동현실을 더욱 이해하고 싶어 입국시기에 맞춰 참여한 새싹대학원생,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한 후 고민이 깊어져 참여한 새싹인권활동가 등 40여 명이 모여 함께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과 일터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한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이 교육이 자세하고 친절히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한편으로는 한번에 8강을 다 소화하기 힘들었다는 참여자 평가도 있었다.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중복된 내용은 덜어내고, 강조할 점을 잘 드러내며 새싹이 충분히 물을 머금고 영양분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조정해 나가려 한다.










▲  2025.05.30. 교육을 듣는 다짐으로 교육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모습.


ⓒ 박유리




일터와 삶터를 지키기 위해 활동가들과의 교류를 만들어내야

이번 교육을 준비하면서 '교육을 준비했으니 오세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안내하고 참여를 조직하기 위해 애썼다. 기획회의를 함께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가 후원으로도 참여하면서 조직 내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들에게 보듬는학교가 안내될 수 있었다. 금속사업장 노동자, 건설노동자, 공공기관 노동자 등 다양한 현장의 참여로 이어졌고,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보듬는학교에 관심을 보인 노동조합 단위도 꽤 있었다.
노안 동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며 시작했던 보듬는학교는 '교육을 들으셨으니 이제 현장에 가서 열심히 해 보세요'라고 마침표 찍지 않았다. 일터를 넘어 안전한 사회를 위해 삶터를 지켜나가는 활동가로 만나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강좌, 활동 등을 통해 만나며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과제로 다루어지게끔, 내가 일하는 일터를 넘어 이주, 여성, 고령화, 기후위기와 우리의 운동이 만날 수 있도록 의식의 확장, 운동의 확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듬는학교를 안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와 공감은 지속적으로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고,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물도 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하는 과정으로 보듬는학교를 체계화해 나가자.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가진 강사들로 강사진을 확대하고, 참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보완하자. 활동가를 양성하고 노안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해 대표적인 노안활동가 성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나아가 보듬는학교가 경기지역을 넘어 회원들이 활동하는 여러 지역으로 확장되기를 상상해 본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