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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선례가 됐던 일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5500억달러 규모 미·일 협력펀드 운용 사항에 서명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은 더 커졌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 5년거치 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무리한 美 요구, 난감한 韓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력펀드를 두고 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은 새희망홀씨상환기간 지난 7월 30일 큰 틀의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정부가 약속한 투자펀드의 성격과 구조에 대한 이견으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측이 문서 서명을 압박하고 한국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3500억달러 펀드를 어떻게 운영 산림조합 할지에 대한 양해각서 초안을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 협상을 수십 차례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서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이라고 평가했지만, 물밑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미국이 제시한 5500억달러 대미 투자 갤럭시s거치 안에 서명한 것은 한국 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를 거론하며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 규모나 외환보유액으로 볼 때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14일 MBC 라디오에서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계좌에 45일 아우디파이낸셜 이내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외환보유액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동일한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미 수출 감소 등 관세 협상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할 때 3500억달러 투자금액을 수출 다변화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강훈식 실장의 말에 따르면 뉴노멀(new normal)적 상황이다”라며 “정해진 목표가 있어서 그쪽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서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최적의 상태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 협상은 우리의 환율, 정치적 상황 등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을 찾는 과정이며 국익을 지키는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익에 불리한 협상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국익에 반하는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UN총회 李·트럼프 회담 가능성 有
이런 가운데 현대차·LG엔솔 근로자들의 귀국은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조지아주 현지 공장 건립도 이번 사태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장 건립 재개를 위해서라도 한국인 전문 인력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비자(E-4) 연 1만5000개 발급 내용을 담은 ‘한국 동반자법’ 관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법은 2012년부터 미 의회 통과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유엔총회가 향후 국면 전환의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나란히 참석한다. 약식 회담 형식으로라도 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엔에서 다양한 나라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준비 중”이라며 두 정상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