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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복구만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정부가 7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22개 시·군·구와 20개 읍·면·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피해 농가들 사이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에 국비가 지원되고 피해 주민에게 재난지원금 등이 지급되지만 규모와 대상이 협소다는 것이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젖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이재황씨(61)는 7월 폭우 당시에는 4마리가 폐사되는 데 그쳤지만 후유 2011년은행이자율 증으로 8마리가 조산했고 6마리는 유산했다고 밝혔다. 또 폭우로 30여시간 동안 젖을 짜지 못해 15마리는 유방염에 걸렸다. 폐기한 건초는 25t에 달해 1400만원가량 손실을 봤다. 하지만 폐가축 처리 비용 정도만 지원을 받았을 뿐 나머지 손실 대부분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씨는 “폭우로 유방염·조산·유산을 겪은 소는 제외되고,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신청 폐사축에 대한 지원뿐이니 우리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했다. 읍에서 피해 조사를 나왔을 때 고충을 토로해봤지만 “조산한 송아지나 유방염에 대해서는 보상이 안될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육계 4만3000마리를 키우던 최재성씨(60)는 폭우로 키우던 닭 전체를 잃고 보관하던 사료도 다 할부이자계산 버려야 했다. 최씨는 “폐사축과 사료급이기 파손 등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사료값만 대략 3000만원의 피해를 봤는데 이는 보상이 안된다고 하더라”면서 “하소연할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복구비가 책정돼도 자부담과 융자가 포함돼 있어 농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데다 아예 지원 국채금리 대상조차 안되는 것들도 있어서다.
전남 담양군 봉산면에서 1만3223㎡(40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 정태영씨(48)는 “모종 40만포기가 물에 잠겨 못 쓰게 돼 피해가 막심한데, 아주심기(정식) 전 모종은 농작물재해보험 대상도 아니고 재난 복구 지원 대상도 아니어서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게다가 정부가 지원하는 복구비는 자부담 조흥저축은행 과 융자가 포함돼 있어 농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농을 하다보면 농가마다 1억∼2억원은 대출받고 있는데 복구를 위해 추가로 대출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영농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풋고추 등 90여동의 시설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본 경남 밀양시 무안면 농가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여름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새로 농사를 시작하려면 모종을 사야 하는데 비용은 절반만 지원해준다더라”면서 “토양 소독도 해야 하고 들어갈 비용이 많은데 지원은 제한적이서 걱정”이라고 했다.
지자체들은 보상 규정이 없는 데다 예산도 한정돼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후유증으로 폐사하거나 질병을 앓는 가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 기준이 없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추가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한정돼 있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피해 복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규모와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기생 충남 홍성낙농축협 조합장은 “폭우 때 살아남은 소 중 절반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폐사축 처리비 외에 천재지변으로 생계를 잃은 주민과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