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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그건 술을 목걸이를 원시 소리가 말에충남 공주시 유구읍을 비스듬히 끼고 흐르는 유구천변은 해마다 6월 초면 큰 금계국이 뒤덮는다. 6월의 코스모스라 불리며 번식력이 워낙 왕성해 일본 등에서는 생태교란 종으로 지정되기까지 한 큰 금계국이 천변을 따라 수 킬로 미터 이어져 장관이다. 필자의 농막이 근처에 있어 이맘때 나와서 꽃구경을 한다.


2014년 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인은 오래 전 돌아가시고, 두 해 전엔 어머니와 장모를 보내드린 터여서 우리 부부는 하릴없는 ‘고아’가 됐다. 큰 며느리로 노부모 병구완에 고생한 아내는 남은 한 분마저 떠나시자 서운한 마음이 커 보였다. 아내는 직장을 다니며 보름에 한 번, 주말에 시골집에 다녀오는 생활을 몇 년째 해왔다. 내려가면 두 분이 드실웨이브일렉트로 주식
반찬도 만들어 놓고, 자신도 환자이면서 더 위중한 어머니를 돌보는 아버지의 말동무도 하고 왔다.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니 얼마간의 돈이 남았다. 아내가 말했다. “아버님이 주신 건데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요. 땅을 사면 사라지지 않겠죠?” 나 역시 은퇴하면 시골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즈음이어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대출금부터 갚자”는 말 대신 그리릴게임예시
제안한 아내가 내심 고마웠다.
뒤로 미룰 일이 아니었다. 돈이란 있으면 쓸 일이 생기게 마련. 어느 지역을 고를지 고민이 됐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묻히고 싶으니 아무래도 풍광이 뛰어나고 조용한 곳이어야 했다. 그렇다고 지금 사는 수도권에서 너무 멀고 도로망이 취약하면 자주 다니기 어려울 터였다. 차 몰고 조금 나가면 읍내 생활편의시설을보령메디앙스 주식
이용할 수 있고, 친구나 친지가 오면 함께 갈 명소가 주변에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호젓하면서 편리한 곳’. 형용모순이었다.



금강 변에 자리 잡은 공산성과 공주 시내의 모습. 공주시청 누리집


전원주택지나 귀잭팟
농·귀촌지로 인기 있는 양평, 가평, 평창, 춘천, 괴산 등지를 인터넷과 책에서 두루 찾아봤다. 아이들 키우며 참 자주 갔던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의 자연휴양림 주변도 살펴봤다. 고향인 충남 논산도 당연히 유력한 후보지였다. 옛 지명이 ‘놀뫼’로 너른 들 저편 서산의 노을이 아름다운 곳. 동향인 나와 아내의 어린 시절 추억이 스민 곳. 하지만 왠지 “이곳시세정보
이야”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평야 지대는 심심해하고, 산골을 좋아하는 게 확실했다.
그러다 공주시의 서편 유구 지역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그해 여름, 친한 회사 동료와 부부 동반해 공주 마곡사 탐방을 갔다. 마곡사는 이전에 한겨레신문이 ‘휴(休) 센터’를 운영한 곳이기도 했는데, 충청도인데도 강원도 못지않게 주변 산세가 웅장하고 물이 좋은 곳이었다. 조선 시대 ‘택리지’나 ‘정감록’에 근처 유구천과 마곡천 사이가 전란이나 흉년, 전염병을 피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로 소개되기도 했다니, 이전엔 이곳이 첩첩산중 오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 경찰을 피해 마곡사에 수년간 은거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마곡사에서 하루를 묵은 우리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유구읍을 지나게 됐다. 누군가의 입에서 “여기 온 김에 괜찮은 땅 있나 알아보자”는 말이 나왔다. 눈에 먼저 띈 부동산중개소 앞에 차를 세웠다. 사장은 반색하며 “마침 주말 농장 하기에 적당한 밭이 하나 나왔다”며 당장 보러 가겠느냐고 물었다.(그 밭을 산 이야기는 다음 편에 소개한다)



박찬호 기념관으로 가는 길에는 박 선수의 활약을 보여주는 벽화들이 그려져 재미를 더한다. 공주시청 누리집


이렇게 구매한 텃밭은 행정구역상 공주시 신풍면에 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칠갑산의 고장 청양군이다. 사방이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일단 산골이란 조건은 충족했다. 주민 수 7천명인 유구읍에서는 차로 10분 거리여서 이곳의 식당, 병원, 철물점(농사지으면 자주 찾게 된다), 농기계 수리점을 이용할 수 있다. 유구읍에는 로컬푸드 코너가 있는 농협하나로마트를 비롯해 대형 슈퍼가 몇 개 있고 오일장도 크게 선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유구 인터체인지나 마곡사 인터체인지가 10분 거리에 있어 이를 통해 세종시까지 30분에 닿는다. 공주 시내까지도 4차선 국도로 30분 거리이다. 서울에서 올 때 2시간 걸려 처음엔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했다. 이는 내가 운전하길 좋아해서일 수도 있다. 다만 운전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면 급격히 피로도가 높아지는 걸 볼 때, 내심 5도 2촌의 거리 한계선이 그 언저리 아닐까 생각해 봤다.
주말에 자주 내려오면서 공주의 매력에 눈을 떴다. 고향이 바로 옆이어도 공주는 시골집 갈 때 통과하는 곳 정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구려 장수왕에게 한강 변에서 밀려난 백제가 뒷날을 도모하며 터 잡은 금강 변 천혜의 지형. 성왕 때 부여로 천도하기까지 63년간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는 신라 경주에 버금가는 역사의 보물창고였다. 나당 연합군에 쫓긴 의자왕이 마지막 항전을 했다는 공산성, 무덤 발굴이 한국 고고학계 일대 ‘사건’이라는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 구석기 시대 석장리 유적지, 동학농민혁명의 한이 서린 우금치 마루 등등. 30분 거리에 있는 부여와 더불어 백제의 역사가 흥미로워 책도 여러 권 사봤다. 부여에 집필 공간을 마련한 유홍준 선생의 내공에 범접할 바가 아니나, 나름 재미있게 방문객 앞에서 역사 해설을 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공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제민천변으로는 로컬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년들의 공방과 브랜드숍 활동이 활발하다. 공주가 낳은 스포츠 스타 박찬호를 기리는 기념관과 박세리를 조명하는 공원이 있고, 시인 나태주의 풀꽃 문학관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영광과 좌절의 이야기를 품고 영겁의 세월을 흐르는 금강변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도시. 그 역사의 자취가 좋아서 세종의 국책연구원에 근무하는 한 친구는 공주 시내로 이사해 출퇴근하기도 한다. ‘흥미진진 공주’. 공주시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다. 말 그대로 공주는 흥미진진한 곳이었다.

5도 2촌, 어떤 지역을 택할까?

5도 2촌이나 귀농·귀촌을 하려 할 때 지역을 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여기에는 본인의 취향이 중요해,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좋은 곳’이 최고이긴 하다. 바닷가가 좋아서 동해의 강릉, 속초, 서해의 태안 등지를 택한 사람도 있다. 또 큰 산자락이 좋아서 지리산 인근이나 하동으로 내려간 경우도 있다. 어릴 적 살던 동네나 부모님의 고향 근처로 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지역을 고를 때 고려할 사항을 살펴보자.

1. 자연환경. 가만있어도 기분이 좋고 도시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야 자주 가게 된다. 풍광이 수려하고 공기는 맑으며, 소음이 없고 햇살이 잘 비치는 곳. 내가 좋아야 하므로 직접 가서 느껴봐야 한다.

2. 교통여건. 정답은 없지만 집에서 대략 30분~2시간 거리면 적당하다. 가까우면서 풍광도 좋으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요즘은 광역화된 도시를 빠져나가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리는 실정이다. 10여분 거리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있거나 주변 국도가 잘 뚫려있다면, 거리는 다소 멀어도 시간 거리는 줄어든다.

3. 생활 인프라. 멀지 않은 곳에 이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이 있어야 한다. 너무 오지를 찾아가면 철물하나 사러 나가기도 힘들다. 차 몰고 10분 정도 가면 읍면 소재지가 있어 병원, 마트, 철물점, 농기구 수리점을 이용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4. 주변 여행지. 매번 내려가 농사일만 할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다니거나, 차를 몰고 나가 등산, 낚시,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있으면 주말 농부의 생활이 한층 풍성해진다.


#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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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의 농막일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17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